뿌연 안경을 써, 한번도 안 닦았어 뭔가 포기한 느낌인 거 같아서 나를 놔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지문이 많은 안경으로 그냥 놔뒀어 눈이 안 좋아져서 눈을 안 감고 잡았다며 벌레를 들고 네가 웃던 게 생각이 나는가 봐, 또 넌 말할 때 눈을 계속 감았는데 눈을 자주 감아, 계속 밤하늘에 넌 말할 때 눈을 계속 감았는데 마음 같은 걸 믿는 사람 같았는데 눈을 잘 못 마주치고 말을 다 못 끝마치는 너한테 안경은 어떤 의미였을까 해 대화는 어떤 의미였을까 해 다 됐어, 다 됐어, 대화할 필요 없어 다 됐어, 문자가 있어, 적어 대화는 내 얼굴을 살펴야 해 어색한 여백을 가려야 해 다 됐어, 대화할 필요 없어 다 됐어, 문자가 있어, 적어 너한테 어떤 의미일까 그건 문자로 할 얘기가 아니란 말 넌 이제 내 눈을 봐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지 않아 눈에 든 게 많아서 다 떨어트린다고 말해 네가 우는 게 보일 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냥 불쌍히 봐 달라는 게 제일 어렵지 나는 그냥이라는 말이 제일 어렵지 넌 이제 눈에 보이는 게 다인 듯 마음 같은 건 안 믿는다는 식으로 나를 비웃어 이제 나를 비웃어 눈에 보이지 않잖아, 좀 제발 우린 자주 다퉜고 우린 자주 감췄어 눈을 잘 못 마주치고 말을 다 못 끝마쳤던 너한테 이제 안경은 어떤 의미일까 해 대화는 어떤 의미가 될까 해 다 됐어, 다 복잡하게 하지 말자 보이는 게 다인 사람 우린 멀리서 봤다면 서로 어땠을까 해 복잡하게 하지 말자 보이는 게 다인 사람 우린 멀리서 봤다면 벌레같이 보이지 않았을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