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 갖고 싶어? 다가온 동생의 생일날 보낸 톡이 한밤중 방의 정적을 깨워 뭘 그런 걸 사줘 라는 동생의 말에 야 나 알바 두 개 뛰잖아 그냥 아무거나 골라서 바구니에 담고 초밥이나 몇 그릇 먹으러 가자 이번에 상가에 생긴 뷔페는 오픈 특가로 점심에 2만원이래 야 그 정도 사치는 부려도 돼 곧 서른인데 이 정도면 어른 때론 골키퍼처럼 수많은 공에 얼음이 되곤 하지만 앨범을 내고 한 푼도 너는 가져가지도 않았잖아 얼른 나가자 이번엔 밥뿐이지만 내년에 너가 진짜 갖고 싶은 걸 사줄게 싸구려 초밥은 비려 똑같은 초밥들만 줄을 선 채 돌 쯤 무렵 여기 별로라는 말에 아니라는 너의 웃음과 구겨진 영수증만 진짜 사줄게 다음에 저 멀리 빛이 쏟아져 느껴 다음에 다음에라던 내 약속들 내가 건 말들 사이로 들려 다음에 다음에 우린 어디 있을지 다음 해도 돌아온 동생의 생일 동생이 원하는 가죽 재킷을 사러 나왔지 나는 진짜 생전 처음 보는 이름에 머리는 복잡해지고 중저가 매장에선 내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없네 기둥 너머를 보니 보이는 화려한 이름들 GUCCI LOUIS FENDI 그 가운데 동생이 보여줬던 가죽 재킷이 보여 직원의 환한 웃음과 동시에 내 복장을 훑어보는 눈초리 재킷을 들어 가격표 한번 동생 눈 한번 직원 눈 한번 눈치 빠른 내 동생 왈 에이 실제로 보니까 구리네 난 아까 받은 전단지를 구기네 다음에 오겠단 말을 이별 편지처럼 던져두고 돌아서는 내 머릿속엔 버릇처럼 계산기 두드려 내가 진짜 미안해 다음엔 진짜 꼭 사줄게 다음에 저 멀리 빛이 쏟아져 느껴 다음에 다음에라던 내 약속들 내가 건 말들 사이로 들려 다음에 다음에 우린 어디 있을지 재능이란 단어는 게으른 자의 핑계일 뿐 난 매일 큰 내 그림자가 저 노을에 기대일 쯤 희망으로 그물을 짜 해를 잡아보려 해 바닥에 돌멩이들은 옆에서 비웃어대지 매일 굴러오는 돌들을 기다리며 빠지길 바라 모두가 난 그렇게 못 살아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내가 가져다 줄게 전부 사다 집 앞에 아침 신문처럼 당연하게 진짜 다음에 저 멀리 빛이 쏟아져 느껴 다음에 다음에라던 내 약속들 내가 건 말들 사이로 들려 다음에 다음에 우린 어디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