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부두에서 괭이갈매기가 울어서야 파도에 밀려밀려 떠올라 사라지는 과거나 조아먹고 저 멀리 날아가라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살구꽃이 내 생일에 피어서야 나뭇잎 사이 내린 빛살에 잠든다면 벌레의 껍질과 함께 흙이 될 수 있을까 박하사탕, 항구의 등대 녹슬은 육교와 버려진 자전거 나무로 지어진 역의 난로 앞에 서서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내 마음은 오늘은 어제와 다를 바 없다는 걸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가야 해 알고 있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마음이 텅 비었기 때문이야 채워지지 않아서 울고 있는 이유는 채워지고 싶다고 바라기 때문일까 ♪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신발끈이 풀렸기 때문이야 매듭을 고치는건 아직은 서툴러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또 마찬가지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야 침대 위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난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어 컴퓨터의 희미한 불빛 윗층에서 들려오는 달그락거림 인터폰에 울려대는 발소리와 귀를 틀어막은 새장 속의 소녀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고 있는 좁디 좁은 단칸방의 돈키호테 어차피 그 끝은 가혹할텐데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차가운 사람이라 들었기 때문이야 사랑받고 싶다며 울고 있는 이유는 사랑의 따스함을 이미 알고 있어서야 ♪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아름답게 당신이 웃어주니까 죽음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이유는 너무 진지하게 세상을 살아 가서일까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건 아직 그대를 만나지 않아서야 그대같은 사람이 태어난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좋아하게 되었어 그대같은 사람이 살아갈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기대가 되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