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청산을 감고 도는 한 줄기 녹수는 송백수양 전해주는 무슨 사연 품었기에 임 그리듯 하소하듯 원망하듯 울음 울 듯 도란도란 너울 넘실 워리렁 꿜꿜 뒤둥그러져 너 나 우리 분별 없는 드넓은 바다 찾아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간다 가다가 잠시 보에 갇혀 봇물 되어 머물러도 뒤따라 달려오는 수백 수천의 물길 기다렸다 가득 차면 마침내 보를 넘어 저 광야로 넘쳐 간다 물길의 선두는 스스로 길을 찾고 감돌아가네 뒤이은 물줄기는 내어진 길을 따라 흐름을 얻는다네 가다가 잠시 암벽을 만나 돌아가거나 웅덩이에 잠깐 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흐름의 한 끝일 뿐 꺾인 게 아니라네 멈춘 것도 아니라네 도용도용 호호탕탕 도도한 물결의 흐름은 끝이 난 게 아니라네 물결이 물결을 잇고 흐름이 흐름을 끌어 뒤따른 다른 물결 끝없이 일어나 몰아칠 제 수천수만의 물길 한데로 합수쳐 산굽이 들굽이로 와당탕퉁탕 돌아들고 굽이쳐서 잔잔히 흘렀다가 스리스을쩍 층암절벽 휘들어 져 막힌 듯 터지고 헤쳤다가 다시 모여서 천방져 지방져 월턱져 구부져 거품이 북적 물너울이 뒤뚱 워르르르 꿜꿜 뒤둥그러지고 마주 쾅쾅 마주 때려 마침내 철벽이 무너지리니 아 이 물결 아득히 흐르고 흐르면 끝내 장강대하가 되어 산천을 바꾸리라 아 저 물결 끝내 바다에 이르러 검푸른 물결 속에 감도는 붉은 빛을 보리라 지금은 비록 물속에 잠겼으나 장차 밝게 떠오를 찬란한 태양을 보고야 말리라 사람의 일도 그러하리라 늘상 그러하여 나아가리라 아 아아 아득한 세월 아득히 먼 길 티끌처럼 수많은 생령들의 뜻이 어찌 이루어지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