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 유사 이래 동서고금 인간만사를 주물럭주물럭 좌지우지하던 요물이 하나 있었으되 이놈한테 잘못 걸려 멸망 패망 절망 폭망한 가문이며 좌절 기절 요절 변절한 인간이 헤아릴 수 없었으니 모두 요놈의 세 가지 절대신공 때문이렷다! 인간의 창자를 굴비 엮듯 꿰어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생사여탈신공 시공을 초월하여 모양은 바뀌되 영원영겁 멸하지 않는 불사불멸신공 까딱까딱 거들먹거들먹 천하에 저만이 존귀하도다 유아독존신공이라 천지간 무소불위 무불능통의 신공으로 세상의 모든 희망이 되고 세상의 모든 기적도 되고 세상의 모든 절망도 재앙도 되는 바로 그것 돈이로구나 돈이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이리 보면 어여쁜 돈 저리 보면 죽일 놈의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옛말에 허였으되 너만 있으면 금수강산 너 없으면 적막강산 너 있으면 개도 멍첨지 너 떨어지면 정도 떨어지고 너 있으면 지옥문도 열고 닫고 너 있으면 죄가 없고 너 없으면 죄인 되고 인간도 부리고 귀신도 부리고 닭 모가지 틀 듯 천지를 휘어잡고 만사를 틀어잡으니 니가 양반 니가 효자 니가 바로 제갈량이로다 돈이로구나 돈이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이리 보면 어여쁜 돈 저리 보면 죽일 놈의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오라면 내빼고 가두면 도망가고 잡으면 사라지고 약인 듯 독이고 순한 듯 모질고 극락인 듯 지옥 같고 살리는 듯 죽이고 아름다운 듯 추하고 귀한 듯 천하고 선한 듯 악독하고 삣죽하면 뺏죽하고 뺏죽하면 삣죽하고 힐쭉하면 핼쭉하고 핼쭉하면 힐쭉하고 간사하기는 천년 묵은 백여시요 독하기는 만년 묵은 도깨비라 월하노인 부부줄 사람사이 인연줄 부모형제 핏줄마저 댕강 싹둑 끊어버리니 천하에 모질고 악독한 놈 너밖에 또 있느냐 돈이로구나 돈이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이리 보면 어여쁜 돈 저리 보면 죽일 놈의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이놈의 행실이 이러 허여도 사람들이 이놈한테 얼빠지고 넋이 나가 너도 나도 이놈을 못 만져서 안절부절 좌불안석 아주 환장에 난리가 났는디 이놈이 잠시 궁둥이로 앉았던 방석에 서로 앉고 싶어 우루루루ㅡ 몰려드니 그게 바로 돈방석이요 요놈 가래침이 마른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질 양이면 나도 좀 맞자고 애걸복걸 안달 나니 그게 바로 돈벼락이며 요놈이 주는 것은 독약이라도 날름날름 받아 처먹으니 그 독이 바로 돈독이요 요놈을 모셔두고 흰 놈은 검게 빨고 검은 놈은 희게 빠니 그게 바로 돈세탁이라 돈방석 돈벼락 돈독 돈세탁에 못 이기어 뭇 사람들 숨이 막히고 기가 막히고 정혈이 막혀 죽는구나ㅡ 돈이로구나 돈이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이리 보면 어여쁜 돈 저리 보면 죽일 놈의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사람 나고 니가 났지 너 나고 사람 났느냐 태초에 세상이 너를 낸 뜻은 천지간 둥글둥글 여기저기 돌고 돌아 세상사 인간살이 두루 편안케 함이거늘 네 무슨 심사로되 못나고 약한 놈 업신여기고 힘세고 잘나고 구리고 있는 놈만 떠받들고 뭇사람을 현혹하야 양심도 팔고 절개도 팔고 염치도 수치도 영혼도 팔아 끝내 나락으로 떨어뜨리니 널로 하여 품은 절망 널로 하야 솟은 울화를 네가 어찌 하려느냐 돈이로구나 돈이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이리 보면 어여쁜 돈 저리 보면 죽일 놈의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돈아 돈아 아나 돈아 세상천지 돌고 돌지라도 높은 데로만 돌지 말고 낮은 데로도 흘러들고 마른 데 뜨신 데만 가지 말고 진 데 찬 데로도 흘러다오 배고픈 이의 먼 길 한 사발 국밥에 모락모락 김으로 피어오르고 그늘진 시장으로 흐르고 길가 채소 파는 노파의 언 손 위로 흐르고 공사판 인부의 한 모금 담배연기로 흐르고 실직한 가장의 주름살 위로도 흐르고 그 닳고 닳은 구두 뒷굽으로도 흐르고 허기진 해장국집 소주잔으로도 흐르고 병든 아가의 해맑은 꿈속으로도 흐르고 시름 많은 엄마의 선잠으로도 흐르고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그렇게 온기로 눈물로 천지간 온통 情으로 흘러 흘러 사연 많은 우리 세상 해갈하여 주려무나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