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악기는 아빠가 긴 출장 다녀오며 사준 장난감 오르골 내가 만져본 첫 타자기는 그가 서재에서 깊은 밤마다 두드리던 그래, 내 모든 재능 속엔 그가 양보해준 젊음이 숨 쉬고 있어 삼 남매 연년생인 형과 누나는 눈만 마주쳐도 티격태격 늦둥이 막낸 온 집안을 헤집어대 인상 쓰던 아빠가 이해돼 우리 집은 정적이 쌀만큼 귀했네 이젠 좋은 날 에도 웃음소리 보다 빈자리의 고요가 더 크네 마지막으로, 아빠의 야윈 품에 안겨 깨달았지 천국도 나이 드네 I don't like who I've become I don't know who I've become 그저 내가 나라서 참 외로워 날 이해해주는 건 나를 안아주는 건 이젠 아무도 없어, 외로워, 우, 오 난 가끔 생각나 연탄 냄새와 반지하 단칸방 우리 네 식구 첫 울타리 창 하나 없던 어둠 속에서 꿈을 꿨지만 한 이불 아래 누워있던 유일한 시간 늘 가족보다 한 걸음 더 앞서 걷던 아빠의 발걸음은 느릿해져 가네 점점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하나도 줄지 않았네 엄마의 걱정 항상 텅 빈 집에서 혼자 기다리던 겁많은 동생도 어느새 가장이 돼서 요즘은 거의 딸바보가 다 됐지 나보다 부모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겠지 한 가정이 이제 세 가정이 되고 시끌벅적한 대가족이 돼도 함께 살아온 시간보다 짧겠지 그 시간조차 후회들로 가득 차겠지 I don't like who I've become I don't know who I've become 그저 내가 나라서 참 외로워 날 이해해주는 건 나를 안아주는 건 이젠 나밖에 없어, 외로워, 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