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 덮인 누에고치 어느 새 온 짙은 밤 늘 외로운 기분이야 금세 꺾인 꿈과 후회로 찌든 마음 그래도 지금 난 누에고치, Good Night 잠에서 깨어나 슬며시 눈을 떠 창에서 새어나온 빛을 연신 부둥켜 자리에서 헤어나 대강 두꺼운 이불을 걷고, 그 안에서 행여 날개가 등껍질을 뚫고 돋아났을까 슬쩍 돌아봤으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허망한 눈가 절망 가득한 썰렁한 작은 방 얼마나 두 팔을 더 뻗어야 닿을까, 머나먼 하늘 뭐라 고함을 쳐봐도 남은 거라곤 아픈 목과 허무함 뿐 무너져 내리는 몸을 어렵사리 이끌어서 다시금 이불 속으로 쑤셔 넣고 중얼거려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내게도 날개가 돋겠지 그 변태 뒤엔 겁쟁이 번데기도 못생긴 껍데기를 벗겠지 포근한 이 곳은 나만의 보금자리 헤로운 가시로부터 내 몸을 가릴 따사로운 안식처 편하게 조금만 쉴게 고운 나비처럼 날개 돋을 날 위해 간만에 꾼 간밤의 꿈과 나래는 잘라낼 수 없는 망각의 끈에 묶여만 가네, 끝내 지난날의 꿈이, 그리고 항상 내 뜻이 한낱 헤픈 향락의 불씨와 만나 깨끗이 소각 당했듯이 마냥 애쓰지만 잠에 들지 못해 갈수록 늘어난 양의 수 까만 안개 숲을 걷듯 불안감에 숨이 막혀와 또 망상의 습지 가까이에 숨지 마지막으로 일부분만이라도 그 꿈들 다시 한 번 꿀 수만 있다면 그 땐 제발 아무쪼록 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내게도 날개가 돋겠지 그 변태 뒤엔 겁쟁이 번데기도 못생긴 껍데기를 벗겠지 등이 너무 근지러워 드디어 꿈에 그리던 때가 온 듯 싶어 조금씩 거울 쪽으로 몸을 움직여 수십 번 씩 큰 심호흡 내쉬고 들이켜 대 그리고 셋, 둘, 하나 감았던 눈이 떠지면서, 바라던 꿈이 또 찢겨져 허물을 벗어 거울을 보며 저주를 퍼부어 내 모습이 거북스럽고 너무 슬퍼서 헐벗으니 난 한낮 벌거숭이 드러났어, 거슬리는 추한 본 모습이 온몸에 송곳을 찔린 듯 한 그런 몹쓸 기분 흉한 몰골 숨기려고 다시 덮어쓴 이불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내게도 날개가 돋겠지 그 변태 뒤엔 겁쟁이 번데기도 못생긴 껍데기를 벗겠지 나도 날개을 펴고 싶어 하지만 현실을 날 괴롭혀, 꼬집어 어디든 펼쳐진 끈적한 거미줄 내 목 뒤를 너리는 독이 든 송곳니들을 피해 두터운 이불 껍질을 여민 후 잠이 들어 지금 난 누에고치, Good Night 이불에 덮인 누에고치 이불에 덮인 누에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