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난 투명인간. 내가 그려나간 관계란 단편만화 속, 난 또 날 담아내다 망쳤나봐. 꼭 바보 같아. 한 쪽, 한 장, 작은 한 컷마다 낯선 사람들 틈에 섞여 서성거리던 하찮은 녀석. 어떤 표정, 시선과 마주쳐도 아무 것도 적어 넣지 못한 말풍선. 곧 꽁꽁 얼어버린 허무한 한숨으로 가득 차 터져버렸지. 홀로 덧없이 허공 저 어딘가로 떠돌던 먼질 주연삼아, 그저 못난 낙서마냥 써나간 또 하나의 졸작, 낯부끄러운 만화. 정말 난 소질 없나봐. 어떤 한 가지도 잘하는 것 없이 엉망이야. 뭔가 한참 엇나가 버렸나봐. 더는 못 참아. 혼자 남는 것 말이야.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자신의 지금에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은 나를 볼 수가 없고. 그들을 향해 내 입에서 빠져나간 말 한마디는 바람결에 휩쓸려가, 아무리 공중에다 팔을 휘저어 봐도 달아나는 바람 끝자락마저도 절대로 붙잡을 수 없지. 어느 곳을 가도 그리 환영받지 못한 손님. 난 여기 말없이 남겨진 '나머지'. 말벗이라곤 시린 바람과 모진 찬 공기뿐야 오직. 추위로 떨다 모든 게 그리워져, 주윌 겉돌다 두리번거리며 흘린 멀건 눈물이 번져 흐리멍텅 풀린 동공. 늘 입속으로만 되뇌어, "Please, don't go..." 계속해서 이 길을 걷다보면, 똑바로 이 길을 걷다보면, 투명인간들만의 세계에 닿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분명히 난 투명인간. 혹은 여기 다른 모두가 눈먼 이일까.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아.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아. 난 그저 길가 구석진 자리 그 어딘가 그어진 작은 선이나 풍경인가. 아무에게도 말을 건넬 수 없지. 이제 아무에게도 손 뻗지 말자. 다시 길을 걷자. (길을 걷자) 길을 걷는다. (걷는다) 나는 투명인간. 투명인간. 다시 길을 걷자. (길을 걷자) 길을 걷는다. (걷는다) 나는 투명인간. (투명인간) 투명인간. (투명인간) 투명인간. (투명인간) 투명인간. 분명히 난 투명인간. 분명히 난 투명인간. 분명히 난 투명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