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태양을 따라 곧게 뻗어 나가는 행렬이 시작하는 곳 무너져간 벽을 넘어 열을 가다듬고 수백 수천 번의 발을 맞추어 서서 한 보씩 천천히 앞으로 힘차게 걸어 끝이 안 보이는 기나긴 줄을 지어 진군하는 지평선 너머의 목적지여 규칙적 보폭 속 일정한 리듬을 이룬 대지를 울리는 격한 발자국 진동 소리들 어두운 밤을 밝히며 거센 열기를 내뿜는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지성의 횃불 점성술과 사라진 신의 빈자릴 메꿀 과학, 법, 기술, 의학이 새로이 자리했군 옮기는 걸음이 진보를 향한 일보 전진이라 믿는 합리적 이성관의 맹신도 수천 년 전 제사와도 같은 의식 하늘을 보며 한 발 앞의 길흉을 묻지 The March 한 발 걸음을 딛으며 성난 파도와 같은 모래 바람을 일으켜 The March 선봉이 구령을 지르면 따르는 무리들은 행군의 노래를 불러 The March 이내 막다른 곳에 이르러 무지를 비웃던 자신의 과오를 뉘우쳐 The March 더 먼 곳으로 고개를 돌려 또 다시 꿈틀대는 강철 같은 다릴 굴러 직선적인 형태를 띤 움직임의 근거는 목표를 향한 최단의 효율에 따른 분석 잡을 수 있는 보물 즉 성배의 이미지는 한 점에 수렴되는 단순화된 진리 그들이 무참히 딛고 지나간 자리에 짓밟힌 영혼이 경고의 표식을 남길 때 그 주검을 이룬 업적인 냥 과시해 보다 속도를 올리고 광폭하게 내달리네 이내 바닥부터 튀어 오르는 흙과 먼지 대지의 찌꺼기가 차츰 다리를 뒤 덮지 무뎌져가 단숨에 마비된 감각 갈피를 잃은 방향 속 휘청거리는 판단 정해진 목표의 반복적 수정 거듭 발견되는 오류는 대열을 무너뜨려 시작된 이탈이 불러오는 아노미 변명뿐인 과도기의 종말이 다가오지 절대적 선의 기호 그 전제조건의 비호 정해졌던 Scenario 신의 초상화에 필요했던 독사와 선악과 손과 발이 못 박아진 구원자와 또 악마 허나 다시 역사가 변화함에 첨단 과학의 성장 아래 온갖 타락은 정당화 그 사이 어떤 목적 결과의 역전 역사의 허점 까지도 먹어치우는 Leviathan 인간 문명 위 싹튼 집단주의적 광기와 분노 속 아귀다툼 진실과 음모의 입맞춤 익살극 속 취한 눈으로 전진하는 십자군 끝없이 만들어진 선 앞에 악의 대두 그 안개 막의 배후 탄생한 대제국 황폐한 세계수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다가오는 바벨탑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