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암흑 속 고요한 빛이 번지고 목적도 없이 우주를 떠도는 수많은 먼지로 내던져진 작고 가련한 생명의 씨는 터를 찾아 길을 이루고 외로운 싹을 틔우지 한 곳에 뒤섞인 물과 돌 바람과 불 습한 늪과 불탄 뭍 가득한 흙에 불어넣은 숨 맺혔던 이슬이 채 메마르기 전 첫 새벽이 빚어낸 필연 같은 기적 탄생의 나무는 그 뿌리를 깊숙이 뻗고 뿌리는 줄기를 줄기는 가지를 펼쳐 가지는 다시 잎사귀와 열매를 엮고 열매는 또 다른 탄생을 위한 씨앗을 떨궈 그 반복의 뒤로 우거진 숲의 장관 나무 틈 사이 벌어지는 갈래를 따라 거듭된 의식과 종의 번식과 진화 예견하지 못할 악몽의 시작인가 벌어질 윤회 탄생과 소멸의 숨 가쁜 투쟁 원형의 굴레를 따라서 꿈틀대며 맴돌던 증오가 눈뜰 때 그 빛도 찬란한 색을 감추네 각각의 원인은 내버려둔 채 이미 연출된 생성을 번복하는 붕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다시 예전과 같은 처음이 되찾아 올까 순환이 멈추고 시작되는 운동과 추동 개체들은 저마다 다른 생명의 춤을 추고 점차 하나의 큰 율동이 전체를 주도하며 울려 퍼져나가는 파멸의 전주곡 생존을 위한 본능의 처절한 몸부림과 미지를 경계하는 두려움의 흔적들이 점차 구속뿐인 울타릴 무너뜨린 후 발전을 넘어 승리를 쟁취할 목표를 겨누지 불편한 서로의 목덜미를 겨냥했던 성난 화살이 끝내 시위를 떠난 그 순간이 바로 배척과 원한 혹은 파괴의 역사로 대변되는 문명의 서막 시대가 축적됨에 따라 조금씩 기울어가져는 힘의 균형을 저울질 끝내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지배축 이와 동시에 흔들리는 운명의 시계추 기나긴 전쟁 일시적인 소강 희생으로 구성된 잠시의 눈을 가린 평화 갈 곳을 잃어버린 이성과 뜨겁게 불탄 광기가 양 극단에 치달은 결과 거대하게 부풀린 몸집을 키운 괴물 모든 걸 태울 불씨가 가져다 준 행운 거친 분노를 잠재울 제물은 결국 스스로가 되어버리는 비극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