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 보여주고 싶어 꼭꼭 접어 숨겨놓은 마음이 자꾸 튀어나오려고 해 왜 이렇게 바보가 되는 거야 니 앞에 서면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좋아해 그게 다야 그렇지만 나란 앤 보기보다 복잡해서 읽어주면 좋을 텐데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여섯 살 동생이 태어나던 때와 열두 살 분노를 처음 배운 때와 열다섯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그리고 열여덟 가슴 벅찼던 꿈 넌 무슨 얘길 할까? 잠들지 마 (아, 아, 아) 읽어줘 (낯설다고 생각할까) 고갤 돌리지 마 (아, 아, 아) 나를 봐줘 (불쌍하게 보려나) 너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수백 가지 말 중에 고르고 골라서 수만가지 맘들이 얽히고설켜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하나란 걸 알까 넌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잖아 (나라는 책)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잖아 (나라는 책) 표지만 힐끗 볼 뿐이잖아 읽어주면 좋을 텐데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여섯 살 울고 있던 어린 엄마 열두 살 매일 뭔가 부서지던 집 열다섯 괜히 미웠던 아저씨 그리고 열여덟 멀게만 느껴졌던 꿈 넌 무슨 얘길 할까? 너는 날 아직 몰라, 괜찮아 당연한 거니까 Ooh, yeah, 부담은 갖지 마 싫다면 닫아도 돼 니 맘 알아 Ooh, yeah, 읽어내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만 단 하나 네가 알아줬으면 하는 건 너를 만나고 내 펜이 살아난 거야 Ooh, yeah, 여전히 어지럽지, 먼지가 수북하네 오랜만에 열어보는 책 안에는 상처가 쌓여있네 나는 늘 변했는데 너와 내 생각이 우리가 된대도 발자국은 지워지질 않아서 잉크가 번진 채로 남아있지 엄마가 많이 아팠던 고등학교 시절에 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방한 켠에 나를 가두고 지냈어 맘을 준 이를 버리고 술과 담배로만 몸을 채워서 그렇게 시간은 나를 빨리 감아댔고 결말인 줄 알았던 그해 겨울 널 만났고 이 자리야 난 그래 아무 의미 없다고 느낄지도 몰라 넌 내게 새 장을 쓸 용기를 준 건데 무언들 어쩔까? 다시 한번 적어보는 거지, oh yeah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여섯 살 동생이 태어나던 때와 열두 살 분노를 처음 배운 때와 열다섯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그리고 열여덟 가슴 벅찼던 꿈 넌 무슨 얘길 할까? 잠들지 마 읽어줘 (낯설다고 생각할까) 고갤 돌리지 마 나를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