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려 하지 않아도 쓰여지는 게 너무 많아서 오래된 기억은 감춰지곤 해 길었던 우리 얘기도 몇 개의 단어만 남겨지다 작은 점이 되어 갈지도 몰라 늘 어디에 배인 네 향기도 나에게만 낸 목소리도 작은 다툼도 뜨거운 화해들도 거기 사랑이 있었다고 그게 우리의 증거라고 그리 특별하지 못한 이음새 같은 순간 속에 여기 네가 있던 자리가 아물어 버릴까 봐 이따금씩 난 일부러 멈춰서 기억을 이어 본다 ♪ 늘 너와 걷던 거리를 흔히 그러듯 걸어 보았어 나만 느끼는 작은 낯설음 이쯤에서 널 기다렸고 이쯤에서 아쉬워했지 너를 안으면 턱에 닿던 머릿결 거기 사랑이 있었다고 그게 우리의 증거라고 그리 특별하지 못한 이음새 같은 순간 속에 여기 네가 있던 자리가 아물어 버릴까 봐 이따금씩 난 일부러 멈춰서 기억을 이어 본다 게으른 옷차림 따분한 주말 부시시 웃던 너의 얼굴 예쁘게 남겨진 사진들 속에 담기지 못한 서로가 당연했던 너와 나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너무 소중했었다는 걸 그리 특별하지 못한 모든 순간을 나눴던 게 여기 네가 있던 자리가 아물어 버릴까 봐 굳이 소리 내 너의 이름을 또 아프게 불러본다 흐려지는 기억의 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