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부러워 할 만한 성적표를 받고서도 난 전혀 즐겁지 않아 무슨 수를 써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에 가 있는 우리 사이엔 천 개의 우주가 남아있는 듯 그는 나의 형 우리 집안의 자랑 못 하는 게 없고 항상 기대를 받는 사람 그에 비해 한참이나 초라하고 모자란 나에겐 온전한 양이 허락되지 않던 사랑 역시나 오늘도 그는 만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내밀어 너에겐 의사 가운이 어울릴 것 같다며 웃어보이시는 아버지 내 성적은 별로 관심없으신가 보지 오늘 밤에도 내가 받은 사랑은 부스러기 형에게 닿은 아버지의 미소의 부드러움이 내게도 필요해 허나 그저 난 물끄러미 응답없는 기도에 또 그냥 그러려니 이젠 벗어나고 싶어 내 앞을 가려 버린 이곳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어둡고 차가운 이 그늘 안에서 형이 입었던 옷을 그대로 물려입고 형이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물려신고 형이 다녔던 학원을 똑같이 다녀와도 형처럼 될 수 없어 난 형이 아니라서 내게도 허락된 햇살이 있을 텐데 그의 그늘이 이젠 내 눈 밑에도 베 있네 형의 동생이란 이유만으로 난 어깨를 펴지 못 해 계속 움츠러들어 이건 내가 평생 떼어낼 수 없는 꼬리표 난 형의 삶이란 악보에 붙은 되돌이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리내고 싶어 나를 끌어당기는 이것들 좀 저리 치워 가족사진 속 모두가 날 비웃는 것만 같은 생각이 나의 하루를 뒤흔들어 나는 나일 뿐인데 내 주윌 둘러싼 내가 아닌 것들이 항상 나를 짓눌러 이젠 벗어나고 싶어 내 앞을 가려 버린 이곳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어둡고 차가운 이 그늘 안에서 내 이름은 누군가의 동생이 아냐 나도 나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단 말야 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줘 이 답답한 마음의 반만이라도 헤아려 줘 내 이름은 누군가의 동생이 아냐 나도 나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단 말야 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 줘 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 줘 이젠 벗어나고 싶어 내 앞을 가려 버린 이곳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어둡고 차가운 이 그늘 안에서 형이 입었던 옷 대신 내가 입고 싶은 형이 신었던 신발 대신 내가 신고 싶은 형이 다녔던 학원 대신 내가 배우고 싶은 게 내게도 있어 정말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