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한 400개는 맞춰놔도 모자라 지각이다 란 말을 할 시간도 모자라 버스를 타도 매번 자리가 모자라 상사의 잔소리를 항상 먹고살아 담뱃값부터 버스비까지 모든 게 인상 그에 비해 여전히 쥐꼬리만 한 월급 빈 담뱃곽처럼 또 구겨지는 인상 몇 년째 같은 표정이 머무르는 얼굴 결혼은 내게는 아직 꿈같은 얘기야 이 문제는 부모님과의 말다툼의 씨앗 볼 때마다 서글픈 내 통장잔고 그러니 버틸 수밖에 그냥 맘 잡고 달마다 나오는 고지서는 도둑놈들 억울하지만 어쩌겠어 난 고분고분 이런 쳇바퀴 속에서 목돈을 모으는 건 참 어려운 일 그래서 떠오른 것은 바로 이것 손바닥만 한 종이 쪼가리 그 안엔 마흔다섯 개의 숫자 돌아오는 금요일마다 기도하지 아우 떨려서 난 잠을 푹 못 자 제발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두 번도 안 바래 제발 한 번만 이건 8,145,060 분의 1의 확률 씨발 차라리 은행을 터는 게 훨씬 나을 듯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데 차라리 벼락이나 맞는 게 더 낫겠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혹시 하는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 한 대여섯 장 손에 쥐고 나오는 길 제발 이 중에 1등이 한 번만 나오길 꽝 또는 꽝 계속 꽝 그리고 꽝 이 빌어먹을 종이에다 아무리 얼마를 쏟아부어봤자 예상은 싸그리 빗나가 속으로 많이 운다 혹시 남들이 볼까봐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그걸 알면서도 하고 후회해 매 순간 허나 기대감이 없인 너무 팍팍한 일주일 난 꿈을 꿔 언젠가 되는 그 순간을 그토록 내고 싶던 앨범을 내고 낡아빠진 아버지의 똥차를 벤츠로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몇 달을 지내도 1g의 걱정 없이 지갑을 꺼내고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느낌 지갑을 열고 확인하고 미소 짓고 다시 닫아 오늘따라 소주의 맛이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