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좁은 방은 극도로 불안해 두꺼운 구름은 이내 비를 퍼붓고 난 이마와 가슴팍에 성호를 긋고 어린 시절을 떠올려 비오면 듣곤 하던 낡은 라디오 맑은 날이 오길 정말 지겨운 장마 끝날 그 날이 오기를 하늘에 가까운 우리 집 바깥에 천둥소리만 가득해 눈물을 닦아주던 엄마는 없고 아빠도 안 계셔 난 이불을 덮고 한숨을 낮게 쉬었고 이런 날은 내 그림자마저 날 괴롭혀 몰래 손을 뻗어 라디오 볼륨을 높여 빗소리보다 노랫소리 커질 때 빗방울보다 눈물이 짙어질 때 꼬만 잠든다 조그만 창문 밖 빗소리 숨어있는 꼬말 찾는다 비가 그친 하늘에는 어느덧 곱게 별이 피어나네 국자모양 일곱 개 내가 붙인 이름은 검둥이 진돗개 행복이 뭔지 몰라도 난 행복해 겁 많던 아이 세상은 울타리가 되주진 않더라 나이 어린 꼬마의 두눈에 세상이 잿빛으로 머무네 질문이 질문에 꼬리를 끝없이 무네 TV속에 사람들은 웃고만 있는데 엄마랑 아빠는 왜 울고만 있는데 책에 나온 행복이란 도대체 뭔지 아빠의 편지 그리고 눈가에 번지는 슬픔 미안하단 얘기만 있을뿐 슬픈 얘기도 없는데 왜 자꾸 슬픈지 비오는 밤이면 난 덩치만 큰 꼬마 몸뚱이만 늙고만 아홉살짜리 꼬마 (떠올리는 것들을 모아서 시를 썼어) 아주 가끔 날 괴롭히는 건 다 끝난 일들에 사로잡히는 것 접고 있던 기억들을 현실과 맞바꾼 담부터는 자꾸만 마이크만 손에 잡히는 걸 나 어느새 짙은 검은색 마이클 쥐고 서있네 과거의 어둔색 헤치고 나와 무대로 올라 모두가 놀랄 라임을 쏟아내지 어릴때는 몰랐던 운명 꼬마가 울면 따라 노래부르던 라디오는 분명 훨씬 더 시간이 지나 거친 도시 위를 거침없이 걷는 것이 바로 꼬마의 길임을 알고 있었네 나는 감춰온 비밀을 꺼내 시를 썼네 어렵던 슬픔과 허덕였던 시간들을 노래로 썼네 자 고개를 끄덕여